‘붐’이 아니라 ‘일상’이 된 일본의 한류, 한국어 해시태그도 인기

워너원, 트와이스는 일본에서도 대세였다. 조용하게 박수만 치면서 응원하기로 유명한 일본 관객들이지만 워너원이 무대위에 모습을 드러내자 공연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한국 팬들과 같은 응원봉을 흔들고, 한국어로 된 응원구호도 노래에 맞춰서 외쳤다. 지난 13~15일 일본 지바현의 마쿠하리 멧세 컨벤션홀에서 CJ E&M 주최로 열린 한국문화페스티벌 ‘KCON 2018 JAPAN’(이하 ‘케이콘’)에는 3일 동안 6만8000여명의 관객이 찾아 한국 아이돌 그룹의 공연을 보고 한국 문화를 즐겼다. 아이돌 그룹들의 엄청난 인기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벤트성 ‘한류 붐’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버린 한국문화였다.

지난 13일 오후 2시, 마쿠하리 멧세 컨벤션홀에 도착해서 받은 첫 느낌은 ‘홍대같다’는 것이었다. 10~20대로 보이는 젊은 관객들은 아이돌 그룹 커버댄스 경연대회를 관람하거나 한국음식을 먹으면서 전시회장을 돌아다녔다. 많은 이들이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화장법과 옷차림을 했다. 일자눈썹에 레드립스틱은 물론 한국에서 유행하는 ‘시스루뱅’ 앞머리 스타일을 한 사람들까지 쉽게 볼 수 있었다. 외향만으로는 누가 일본인이고 한국인인지 짐작하기 힘들 정도였다.

컨벤션홀 한쪽에서는 치킨, 한국식 어묵, 김밥, 치즈 닭갈비, 치즈 핫도그, 호떡 등 한국음식을 팔았다. 치즈 닭갈비 매대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요즘 일본에서는 치즈 닭갈비 인기가 트와이스의 인기에 비견될 정도로 높다고 한다. 워너원 공연을 보기 위해 친구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이시자키 리호(23)는 능숙한 한국말로 “신오오쿠보에 치즈 닭갈비를 먹으러 자주 간다”며 “제일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호떡”이라고 말했다. 워너원의 멤버인 강다니엘이 자주 먹어서 유명해진 불닭볶음면은 “먹어보고 싶지만 아직 무서워서 도전해보진 못한 음식”이라고 말했다.

그많은 일본인들이 어떻게 한국의 10~20대와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고, 같은 음식을 먹고, 비슷한 화장을 하게 되었을까. ‘한류 열풍’이라고 해서 일본 방송사들이 더 많은 한국 드라마나 예능을 수입해간 것은 아니다. 한류 팬들은 방송에서 알려주지 않는 한국인의 일상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배운다. 한국인 뷰티 크리에이터(1인 방송 제작자)의 유튜브 방송을 보며 한국 화장법을 배우고, 한국의 생활예절과 음식을 익힌다. 케이콘에는 일본과 한국에서 인기 높은 15명의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참석해 메이크업쇼와 팬미팅 행사를 가졌다. 크리에이터 ‘회사원A’(본명 최서희)나 ‘Hyuk’(혁·본명 이민혁)의 팬미팅에는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인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였다.

뷰티 크리에이터인 회사원A는 한국어 채널 외에 일본어로 콘텐츠를 만들어서 올리는 채널 ‘회사원J’를 운영하고 있다. 구독자는 37만여명에 이른다. 회사원A는 “한국 화장품을 궁금해하는 일본인이 많은데 정작 일본에 소개된 것들은 많지가 않다”며 “방송에서 ‘쿠션 파운데이션’이나 컨투어링 화장법(음영 화장법)을 소개하니 일본 시청자들이 신기해하고 좋아했다”고 말했다. 일본인 구독자들은 화장법 뿐 아니라 한국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댓글로 남긴다. 회사원A는 “일본인들은 한국의 카드결제 문화에 친숙하지 않아서 ‘카드쓰면 빚이 생기는 게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남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구독자 약 12만명의 크리에이터 혁은 한국어 인사법, 한국 젊은이들의 연애방식, 한국의 계산법 등을 콘텐츠로 만들어서 올린다. “Mnet과 같은 한국 케이블 채널에서 일본어나 영어 자막을 달아서 클립영상(짧은 영상)을 올리는데, 그런 것들을 보면서 한국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너원 팬이라는 아사우미 레이나(19)는 “일본 방송에서 한국 아이돌 방송이 많이 나오지 않아 유튜브나 일본 소셜 커뮤니티에 공유된 한국 쇼프로그램 영상을 보고 한국 아이돌 정보를 주로 얻는다”고 했다. 컨벤션홀에서는 3일 내내 한국 아이돌 커버댄스 경연대회가 열렸다. 한국에서 크게 유명하지 않은 그룹의 댄스까지 따라추는 사람도 많았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쉬태그(#)를 한국어로 다는 것이 일본의 한국 팬들 사이에서 인기다. 페스티벌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SNS에서 활용가능한 쉬운 한글 강좌’가 열렸다. 일본어가 능숙한 강사가 ‘ㅇㅇ스타그램’이라는 말 사용으로 상태 표현하기, ‘#일상’ ‘#첫줄’이라는 단어로 상태표현하기를 가르쳤다. 일본인 관객 100여명이 강연장을 꽉 채웠다. 일본의 한국팬들 사이에는 한국과 관련된 내용을 올리면서 일본어로 ‘한국인이 되고싶어’라는 해쉬태그를 다는 것이 인기라고 한다.

일상에 초점을 맞춘 한류의 인기는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컨벤션에는 한국의 식품, 뷰티 제품 등을 판매하는 중소기업 50여개가 참가해 부스를 열고 한국 상품을 홍보했다. 비비크림, 섀도우 등 12종의 한국 화장품을 판매한 이연생활뷰티의 엄강민 대표는 “한국 유명 모델이 광고하지 않은 제품인데도 일찌감치 완판됐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한류 인기 루트를 그대로 타고 제품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일본 외에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인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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